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직후 미 주요 방송들이 그의 백악관 집무실 풍경을 스케치한 내용을 영상으로 방영했다.
19세기 이래 역대 대통령들의 손때가 묻은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 뒤편, 바이든의 가족 사진 뒤로 스치듯 잡힌 작은 흉상 하나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1960~70년대 미 서부 농장 지역을 거점 삼아 전미농장노동자연맹(NFWA)을 이끌며 이주 노동자들의 권익과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앞장선 조직 활동가 세자르 차베스(Cesar Chaves, 1927.3.31~1993.4.23)가 그 흉상의 주인공이었다.
차베스는 1927년 3월 31일 멕시코 이민자 아들로 아리조나주 유마에서 태어나 대공황기 가난 속에서 이민자 차별과 농장주의 횡포를 일상으로 겪으며 성장했다.
고교를 중퇴하고 농장 노동자로 일했고, 2차대전 때 해군으로 2년간 복무했다.
전후 산업노조 조직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생적 농장노동자 조직을 결성했고, 1965~70년 캘리포니아 포도농장 파업(Delano grape skrike)과 불매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미국 이주노동자들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간디의 비폭력주의를 신봉하며 여러 차례 단식과 평화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1950년대 말부터 이주노동자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독려하며 정치 세력화도 도모했고, 그럼으로써 이주노동자들도 미국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놓인 56cm 크기 흉상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과 소수인종 정책 기조를 그 어떤 웅변보다 강렬하게 미국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아리조나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미시건, 뉴멕시코, 텍사스, 유타, 위스컨신주 등은 3월 31일을 세자르 차베스 데이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올해도 이날 아리조나 내 카운티 관공서와 도서관, 학교 등이 휴무한다.
아리조나 주정부는 “차베스는 생전 농장주들과 싸우며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투철한 봉사 정신 때문이었다”며 “우리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