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선 경기 중 관중이 플레이를 방해하는 행위가 엄격하게 금지된다.
인플레이 중인 타구를 잡거나 방해하면 즉시 퇴장을 당한다.
그게 어린이 팬이라도 예외는 없다.
지난달 26일 아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아리조나가 8-4로 앞선 7회말 2사 1, 3루에서 아리조나 토미 팸이 좌측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홈런성 타구였지만 신시내티 좌익수 스펜서 스티어가 타구를 따라가 펜스 앞에서 점프 캐치를 시도했다.
글러브 안에 들어와 캐치가 되는 순간,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좌측 펜스 위 관중석에 있던 남자 어린이 관중이 글러브를 앞으로 쭉 뻗은 것이다.
아리조나 모자를 쓰고 티셔츠를 입은 어린이 팬은 스티어의 글러브 안에 들어간 공을 빼앗았다.
글러브끼리 충돌했는데 어린이 팬이 그 공을 낚아챘다.
점프 이후 펜스 앞에서 넘어진 스티어는 글러브에 있어야 할 공이 없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최초 판정은 홈런이었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팬 방해로 인한 좌익수 뜬공 아웃으로 번복됐다.
어린이 팬 손이 펜스를 넘어 경기장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방해가 인정됐다.
어린이 팬의 방해가 아니었다면 스티어의 호수비로 이닝이 끝날 상황이었다.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는 사이 어린이 팬은 아리조나 홈 관중들로부터 ‘MVP’ 연호를 받았다.
어린이답지 않은 캐치 능력에 팬들이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지만 판독 이후 규정에 의해 퇴장 처리됐다.
구장 보안 요원이 어린이 팬과 그 가족을 데려가자 주변 관중들은 무척 아쉬워했다.
자리를 벗어나는 어린이 팬을 항해 성인 관중들이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격려했다.
이날 경기는 아리조나가 10-8로 승리했다.
경기 후 토레이 로불로 아리조나 감독은 “그 장면을 보고 경기장에 있던 모든 팬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정말 인상적인 플레이였다. 타구가 스티어 글러브에 있었는데 그 아이가 훔친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다.
타구의 주인공인 팸은 “스티어가 공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홈런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디오 판독을 하기 전까지 아이가 공을 잡았다는 것을 몰랐다. 명백한 방해 행위였지만 아이들은 규칙이 어떤지 잘 모른다. 퇴장을 당한 아이가 안 됐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