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에 사는 한인계 가족의 비극적 사연이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티카 제인 영(Tika Jane Young, 37 사진) 씨와 그녀의 조카 Samantha Mac Anntionete Young(18) 양은 얼마 뒤 손을 잡고 함께 하늘나라로 떠난다.
끔찍한 범행의 희생양이 돼 사망한 제인 씨와 얼마 전 병으로 갑작스레 숨진 그녀의 오빠 딸이 같은 날 합동장례식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사연은 참 기구하다.
제인 씨는 올해 1월 이후부터 실종상태에 있다가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가족들은 제인 씨와 몇 달 째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뒀다.
그리고 올해 3월 30일 오후 3시 반 경 북부 아리조나의 블루 리지 지역 인근에 위치한 잡목소각장인 Bly Pit에서 한 주민에 의해 제인 씨의 사체가 발견됐다.
이 주민은 잡목소각장을 지나다 나뭇가지 사이로 사람의 다리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코코니노 카운티 셰리프국에 신고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심하게 부패된 사체의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치아의 DNA 검사가 실시됐고 그 결과를 대조한 끝에 사망자 신원이 사라졌던 제인 씨임이 밝혀졌다.
사건의 전말은 충격적이었다.
해피 잭 지역에서 함께 동거하던 남자친구 패트릭 D. 네이겔(62)이 침대에 누워있던 제인 씨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것이다.
산의 나무를 잘라 태우는 일을 하던 제인 씨 동거남 네이겔은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잡목소각장에서 시신을 태우려고 했지만 유독 비와 눈이 잦았던 올해 겨울날씨 때문에 나무가 젖어 잘 타지 않을 것을 염려해 계획을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 대신 나뭇더미 아래에 시신을 놓아 둬 이를 숨겨뒀지만 지나던 사람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더 황당한 일은 살인을 저지른 네이겔이 범행을 숨기기 위해 페이스북 등에서 자신이 마치 제인 씨인 양 글을 올리며 한동안 제인 씨 행세를 했다는 점이다.
SNS를 통해 동생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던 오빠 랜 영(Lan Young) 씨는 SNS에 올라온 글이 예전과 달리 이상했다며 동생이 쓴 글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다.
또한 시신이 발견되기 얼마 전 네이겔은 제인 씨가 갑자기 직장을 구해 캘리포니아로 갔다고 주변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제인 씨의 시신이 발견됐고 경찰의 첫번째 수사 용의선상에 올랐던 네이겔은 그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아 검거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지난 4월 4일 음주운전으로 붙잡히면서 신분이 드러나 체포됐다.
경찰은 살해 시점을 올해 1월로 보고 있으며, 네이겔은 100만 달러 보석금을 선고받고 현재 코코니노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그러나 제인 씨 가족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인 씨의 오빠 딸인 사만다 양이 폐렴에 걸려 투병을 하다 최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딸과 손녀딸을 먼저 떠나보낸 최선옥 할머니 그리고 그 가족의 황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소 한인들과 크게 교류가 없었던 제인 씨의 식구들은 가족들끼리만 모이는 조촐한 합동장례식을 계획하고 있다.
제인 씨 가족 측과 친분이 있는 한 한인은 "이들에게 닥쳐온 불행이 너무 마음 아프게 느껴진다"며 "주위에 위로해줄 이들이 많이 없다. 혹시라도 함께 하늘나라로 가게 될 이 두 사람과 그 가족들의 가슴 시린 아픔을 도닥여주실 한인분들이 계시다면 장례식에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갈보리 한인교회에서는 개별 조의금 400달러를 포함해 성도들이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인 씨와 그녀의 조카 합동장례식은 5월 26일(일) 오후 7시 새생명장로교회 인근에 위치한 Love Baptist Church(3030 W Glendale Ave. Phoenix AZ 85051)에서 열릴 예정이다.
<코리아 포스트/아리조나 타임즈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