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일월 달은
긴 다리를 가졌구나
한 발자욱 떼면
단숨에 끝에 닿아
바쁘다는 말
내게 입버릇 심겨주고
십이월 등 뒤로 냉큼 숨어버리니
짧은 다리 헉헉대며
잘도 좇아왔구나
날짜 밑에 적힌 약속
볏단처럼 쌓인 기억
헌 달력에 내버려두고
새 달력을 펼쳐보니
아무도 쓰지 않은
열두 달을 안겨주며
어서 들어오란다
망가진 곳 수리하고
미완성을 매만지며
헌것 새것 버무려
실력을 보이라니
또 어떻게 달려볼까
고민하는 삶
창조적인 인생은
나름대로 흥미롭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