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1센트 동전(페니) 생산이 전면 중단된 이후, 현금 결제 시 끝자리를 5센트 단위로 맞추는 이른바 '반올림'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방 차원의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가운데 아리조나주를 비롯한 각 주 정부가 잇따라 자체 법제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전 제조 원가 부담을 이유로 2025년 초 1센트 동전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조폐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센트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 무려 3.7센트의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조치 여파로 2025년 여름부터 소매점 계산대마다 페니 품귀 현상이 빚어졌고, 거스름돈을 정확히 주고받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미 재무부는 시중에 유통 중인 약 1천140억 개의 페니를 최대한 오래 유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사실상 1센트 퇴출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페니 부족 사태의 핵심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대칭적 반올림(Symmetrical rounding) 방식이다.
세금을 포함한 최종 결제액의 끝자리가 1, 2, 6, 7센트면 아래로 버리고 3, 4, 8, 9센트면 위로 올려 5센트 단위로 맞추는 식이다. 예를 들어 1달러 92센트는 1달러 90센트로, 1달러 98센트는 2달러로 계산된다.
각 주 의회는 상거래 혼란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리조나주 상·하원은 최근 페니가 없을 경우 소매업자가 5센트 단위로 반올림하도록 의무화한 법안(HB2938)을 통과시켰고 케이티 홉스 주지사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인디애나주는 3월 상거래 시 반올림을 강제하는 법안을 처리했다가 이를 다시 소매점의 선택 사항으로 바꾸는 후속 법안을 추진 중이며, 테네시주는 주 소비자 보호법상 반올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법안을 마련했다.
플로리다주, 워싱턴주 등 약 20여 개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거나 심의 중이다.
주마다 각기 다른 규정을 적용할 경우 극심한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사 맥클레인 연방 하원의원(공화·미시간)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대칭적 반올림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025년 하원 금융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아직 본회의 표결과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올림 제도를 두고 소비자와 기업 간 득실 논란도 불거졌다.
재무부는 올림과 버림이 비슷한 비율로 발생해 전체 소비자 물가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은 상품 가격이 주로 8이나 9로 끝나는 유통업계의 가격 책정 관행을 지적했다.
버림보다 올림이 더 잦을 수밖에 없어 소비자가 잃는 돈이 기업의 추가 수익으로 흘러가며, 그 규모가 수백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8명은 여전히 현금을 사용하고 있으며, 주로 고령층과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어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게다가 1센트 생산 중단으로 매년 5천600만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게 됐지만, 반올림의 기준이 되는 5센트(니켈) 동전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새로운 숙제도 안게 됐다.
2024년 기준 5센트 동전의 제조 원가 역시 14센트에 육박해, 연방 의회는 5센트 동전의 합금 소재를 구리 대신 저렴한 아연 등으로 교체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