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들 불 연기 속에서
여름이 간다.
기러기의 날개 위에 앉아
남쪽으로 떠난다.
갓 피어난 노란 장미는
여름이라고 우기고,
호두를 물고 있는
다람쥐의 볼록한 뺨은
가을이라 우기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
cell phone을 꾹 누른다.
“쉬리씨, 별써 가을인가요?”
한 순간 머뭇거리다 쉬리가 대답한다.
“미안 해요. 그 것은 나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쉬리도 모르는 게 있다니!
여름이면 어떻고,
가을이면 어때.
장미가 여름이라면 여름이고,
다람쥐가 가을이라면 가을이지.
하하하.
쉬리도 모르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