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가셨다
모퉁이 돌아 진달래가 불타는 산 마루
백조의 우아한 날개짓에
하늘을 나는 진달래 꽃따라
그렇게 어이없게 가셨다
정갈한 한복에 단아한 몸짓으로
연적에 침묵으로 먹을 가는 모습에
조선의 마지막 선비라고 불리시던 아버지
그의 곁에는 언제나 짙은 묵향냄새가 맴돌았다
세기의 난세에 담대하게 가족과 자신을 지키셨던
그는
흰머리가 자랄 새도 없이
하늘을 덮은 진달래 꽃을 따라
허무하게 가셨다
하루가 어둠으로 가득 찬 깊은 밤
눈을 들어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진달래 꽃길따라 하늘을 난 아버지
풍파에 허둥대는 내게
영롱한 별빛되어 길을 비추시면
어디선가 이어지는 가는 풀벌레 소리
작은 새의 한숨같은 울음소리
내눈에도 별빛같은 이슬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