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가 경쟁사인 인텔로 이직한 전직 고위 임원을 영업비밀 침해 및 경업금지 약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아리조나주에서 칩 생산 공장을 확장 중인 두 거대 기업 간의 신경전이 기술 유출 법적 공방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TSMC는 11월 25일, 지난 7월 퇴사 후 인텔에 입사한 웨이-젠 로(Wei-Jen Lo) 전 부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TSMC 측은 성명을 통해 "로 전 부사장이 고용 계약, 특히 기밀 유지 및 경업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로 전 부사장이 퇴사 당시 학계로 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경쟁사인 인텔로 이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 전 부사장이 TSMC의 영업비밀과 기밀 정보를 인텔에 유출하거나 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법적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로 전 부사장은 TSMC의 2나노(nm), A16, A14 등 최첨단 공정 개발에 관여했던 핵심 인물이다.
자유시보(The Liberty Times)는 그가 퇴사 당시 80상자 분량의 서류와 책을 반출해 내부의 의심을 샀다고 보도했다.
현재 대만 당국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 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 전 부사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인텔에서 근무하다 2004년 TSMC로 이직해 20년간 몸담았다.
그는 기업 전략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을 역임하며 5나노, 3나노, 2나노 공정의 대량 생산을 이끌었다.
지난 7월 TSMC에서 은퇴한 그는 10월 인텔에 합류해 립-부 탄(Lip-Bu Tan) 인텔 CEO에게 직보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립-부 탄 인텔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단지 소문과 추측일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지식재산권(IT)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아리조나주 피닉스 북부에서 대규모 반도체 공장(팹)을 확장 중인 TSMC와 인텔 간의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TSMC는 아리조나 제1공장에서 2024년 말부터 N4 공정으로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3나노 공정을 적용할 제2공장을 완공하고, 같은 달 제3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제3공장이 가동되면 2나노 공정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한편, 올해 들어 두 기업 모두 기술 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텔은 지난 10월 31일 해고된 전 직원이 1만8천여 개의 기밀 파일을 훔쳤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월에는 또 다른 전직 엔지니어가 영업비밀 절도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TSMC 역시 지난 8월 최첨단 칩 기술 관련 영업비밀을 훔친 혐의로 직원 여러 명을 해고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