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아트 페인팅, 바디 페인팅, 벽화 등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육주희 미술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완성했다.
101번 프리웨이와 인디언 스쿨 로드 교차로 인근에 위치한 쉘 주유소의 거대한 담벼락이 육 작가의 새로운 작품 캔버스 역할을 했다.
'주유소 담벼락에 무슨 벽화?'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 쉘 주유소는 여느 다른 주유소들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주유소의 소유주와 종업원들 모두 대형 부족인 피마 부족과 연합을 하고 있는 피파쉬(Piipaash) 인디언 부족 출신들이다.
평소 육주희 작가와 친분이 있던 마이클 스미스 씨는 육 작가가 벽화도 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주유소 옆 담에 피파쉬 인디언 부족의 상징을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부족 고유 문화를 잘 이해하는 미술작가들이 있긴 하지만 11피트 높이에 길이만도 45피트가 되는 큰 공간에 제대로 된 벽화를 그릴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육주희 작가에게 벽화를 의뢰한 이유였다.
피파쉬란 인디언 부족이 있다는 걸 난생 처음 안 육주희 작가는 이 부족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어 조금 난감하기도 했지만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이를 수락했다.
벽화를 그리기 전 피파쉬 부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그들이 터전을 잡고 살았던 솔트 리버와 그레이트 마운틴 등 부족 출신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을 스미스 사장과 사전답사했고 이를 통해 피파쉬 부족들이 농경민이었으며 또한 어떤 사상을 지닌 이들인지에 대한 기본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많지는 않았지만 피파쉬 부족에 대한 자료를 찾아 따로 공부한 육 작가는 나름의 컨셉을 잡고 밑그림 여러 장을 그려 의뢰인에게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오해도 있었다.
작가 입장에서 부족 이미지에 세련미를 주기 위해 약간의 과장을 추가했는데, 왜곡된 이미지는 자신들 부족민 사이에선 무례한 것으로 통한다는 지적에 사과를 해야만 하는 작은 해프닝도 벌어졌다.
육주희 작가는 "피파쉬 부족에 대해 리서치를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됐다. 피마 부족을 상징하는 둥근 이미지의 경우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따라그리기 무척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던지, 또는 한국에서 옛날 할머니들이 뜨개질로 만들어 입었던 망사겉옷과 같은 그런 전통의상이 이들에게도 있었다는 것, 인디언 전통악기인 Gourd의 종류 등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된 보람된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육 작가는 의뢰인이 원하는대로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그리고 간결하게 이미지들을 구성했고, 피파쉬 부족에게 중요한 색깔인 빨강과 흰색 그리고 물과 대지를 상징하는 파랑과 노란색을 위주로 벽화의 초안을 디자인했다.
여러 번 수정 끝에 디자인을 오케이 받은 뒤 2주간 작업을 통해 벽화는 대부분 완성됐다.
피파쉬 부족의 고유문화가 사장되지 않고 이런 벽화를 통해서라도 알려지길 원한 의뢰인 측에선 육 작가 작품에 흡족해 했고 자기 부족만의 굿즈를 함께 제작해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메사시가 답슨 로드를 중심으로 조성한 'Asian District'을 꾸미기 위해 벽화 작업을 할 역량있는 아시안계 작가 모집 이벤트에서 11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되기도 한 육주희 작가는 한국 고유의 무용인 승무를 테마로 한 대형 벽화작품을 아시안 디스트릭 내 건물에 그리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