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 한인학생이 미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세 곳 모두에서 입학허가를 받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관학교 세 곳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주인공은 링컨 프렙 고교 졸업 예정인 제프리 김 군이다.
Salutatorian으로 졸업식장에서 학생대표 연설을 할 제프리 김 군은 자신의 진로를 공군사관학교로 정했다.
김 군은 공군사관학교로 진학해 항공 엔지니어링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엄격한 기준의 신체 및 운동 조건과 고도의 학업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지적 능력 그리고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형성된 봉사심, 리더십을 두루 갖춰야 진학할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이 바로 미국의 사관학교다.
아리조나에서도 미 육군사관학교 등에 진학하는 한인 학생들이 종종 있어왔지만 이렇게 선택된 극소수만이 갈 수 있는 곳인 사관학교에, 그것도 육해공군 사관학교 모두에서 입학허가를 받은 사례는 미 전국 한인학생들 중에서 아주 드문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4살 때부터 태권도를 해왔던 터라 제프리 김 군은 특히 태권도 관련 활동경력이 화려하다.
2019년 Amateur Athlete Union(AAU) 주최 전국대회 품새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표팀에 선발됐고, 같은 해 팬 암 오픈 국제 챔피언십 대회에서는 팀 순위 1위, 개인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전국 3위에 올랐고, 세계 각국 선수들이 모인 U.S. 오픈 챔피언십 국제대회에서는 개인 3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2020년 U.S. 오픈 챔피언십 국제대회 주니어 팀 순위 3위, 2021년 AAU 태권도 챔피언십 국제대회 주니어 팀 1위, USAT 챔피언십 국제대회 주니어 팀 3위, 그리고 2022년에도 USAT 품새 그랜드 슬램 국제대회에서 주니어 팀 3위의 성적을 각각 기록했다.
김 군은 이외에도 2022년부터 100, 200, 400, 4X100미터 육상 부문에서 아리조나주 대표선수로 선발돼 활동하고 있으며, 태클 풋볼에 크로스 컨트리 주 대표팀 선발까지 다양한 운동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부터 아리조나 태권도 스쿨 도장에서 중학생들을 상대로 개인지도와 멘토 역할을 하던 제프리 김 군은 2019년부터는 블랙 벨트 강사로 일했으며 그 경력을 살려 2021년에는 태권도 선수인 동시에 각종 대회에서 주니어 심판으로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10월, AAU 버츄얼 태권도 전국 챔피언십에서 자원봉사 자격으로 심판진에 처음 합류한 김 군은 2021년 7월부터 C 클래스급의 심판으로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전국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무대에 나섰다.
제프리 김 군은 운동 외에도 학교 일과 사회봉사에 적극적이었다.
학생 자치회 House Ursus 회장을 맡아 필드데이와 같은 학교 이벤트 주관에 앞장 섰고, 에어로 스페이스, 엔지니어링 등 STEM 관련 부문 내용을 리더십과 함께 배우는 ‘시빌 에어 패트롤’에도 조인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아마추어 청소년 스포츠 재단의 회장도 겸임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기부할 캔푸드 도네이션 모금운동을 펼치는 등 의미있는 일도 해왔다.
여러 활동을 해온만큼 수상경력도 다양하다.
AAU 태권도 챔피언십 전국대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한 공로로 ‘베스트 주니어 심판상’을 2021년에 수상했고, 2022년 1월 미 의회 콘그레셔널 실버 메달, 빌리 미첼 상, 3월 케빈 하트키 챈들러 시장 상, 더그 듀시 아리조나 주지사 상, 세계스포츠위원회 상, 5월 한국 국기원 상, 7월 AAU 전국 스포츠 의장 상 등을 받았다.
월드 스포츠 위원회 미 서부지역 위원장이자 AAU 태권도 아리조나 지부 회장인 제프리 김 군의 부친 김 현 관장(태권도 공인 8단)은 “아들의 공군사관학교 진학 결정이 자랑스럽고 이를 적극 응원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사관학교 진학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즈음에 결정했다. 처음엔 제프리가 ‘군인=전쟁’이라는 선입견을 좀 가지고 있었지만 사관학교 썸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난 뒤부터 그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사관학교로 진학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공부뿐만이 아니라 신체적인 것 등을 포함해 자신의 최고능력치를 배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아들의 결정 배경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8월 육군사관학교, 올해 초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로부터 각각 입학승인서를 조기에 받았다고 전한 김 현 회장은 “부모로서 옆에서 해준 건 ‘사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이런 것들이 있고 그 방법은 이렇다’는 정도의 가이드를 해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김 군이 어떤 성격이며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좋아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 회장은 “성격은 목표지향적이다. 지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태권도 시합이나 공부 등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해 최고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도 있다는 점을 설명해주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게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극복과정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고 늘 강조해왔고, 누군가와의 대결에서 승리했을 때도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꼭 가르치려고 했다”고 밝혔다.
제프리가 치고받고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 태권도를 할 때도 주로 품새에 포커스를 두고 운동을 해왔다는 김 현 회장은 “공부는 전반적으로 골고루 잘하는 편이었고 수학 쪽에 좀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들이 사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걸 듣고 걱정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사실 어릴 적 제 꿈이 사관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프리가 사관학교에 가겠다는 걸 밝혔을 때 무척 기뻤다. 나이가 들어서 이민을 와 여러 이유로 미 사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내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뤄주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또한 부모로서 우리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시해줬고 그 중 하나를 본인이 고른 것이어서 걱정은 처음부터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교 시니어가 되는 둘째도 형의 영향을 이번 여름, 육해공 사관학교 썸머캠프 3곳을 모두 경험해볼 예정이라고 전한 김 현 회장은 “특히 해군사관학교로부터는 비행기표, 숙박비 등을 모두 지원해주는 특별초청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해군사관학교의 올해 썸머캠프 참가신청자가 1만2000명 가량인데 그 중 1000명만이 초청받았으니 사관학교 입학만큼이나 썸머캠프 경쟁률도 대단하고 말한 김 회장은 “사관학교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썸머캠프를 우선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좋은 대학들도 많지만 제프리에게 사관학교 입학은 인생에 딱 한 번 경험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 같다는 김 회장은 “지역별로 정해진 인원배정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는 캘리포니아와 같은 큰 곳 보다는 아리조나 학생들이 사관학교로 진학하는데 유리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이번 입학하는 학생들 중 상위 5% 내에 속해 Honor 프로그램에 가입된 상태에서 사관학교를 가게 된 제프리 김 군은 6월 말부터 두 달 반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오는 9월 공군사관학교에 입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