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 풍부한 적설량으로 유명한 아리조나 북부 산간 지역에 눈이 내리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스키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차원을 넘어, 미 서부 지역의 핵심 수자원인 '스노팩(Snowpack·산간 만년설)' 형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15일 기상청 및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에 따르면, 올겨울(2025-2026 시즌) 아리조나주의 적설량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표적인 다설지인 플래그스탭의 경우, 이날까지 내린 눈은 고작 14.4인치에 불과하다.
예년 이맘때 평균 적설량이 38.1인치임을 감안하면 평년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무려 23.7인치의 '눈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눈 가뭄'은 아리조나뿐만 아니라 미 서부 전역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NOAA가 위성(MOD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일 기준 미 서부 지역의 눈 덮인 면적은 약 14만 1,416평방마일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같은 기간 대비 가장 좁은 면적이다.
문제는 식수난 우려다.
아리조나주를 포함한 미 서부 지역은 연간 물 공급의 상당 부분을 콜로라도강에 의존하는데, 이 강물의 원천이 바로 겨울철 산에 쌓인 눈이 녹아내리는 해빙수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조한 적설량이 봄철 수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의 이상 건조 현상이 '라니냐(La Niña)'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했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폭풍의 이동 경로(Storm track)가 북쪽으로 밀려나면서, 아리조나 등 남서부 지역은 비구름을 비껴가게 된다.
여기에 서부 지역 상공에 자리 잡은 고기압이 뚜껑처럼 버티며 대기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까지 겹쳤다.
이로 인해 피닉스 등 주요 도시의 기온은 평년보다 5~10도나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상 당국은 당분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