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아리조나주에서 위조 신분증과 조작된 서류를 이용해 남의 집을 몰래 팔아치우는 신종 '등기 사기(Deed Fraud)'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2일 아리조나 정가에 따르면 패티 콘트레라스(피닉스) 주 하원의원은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소유주 몰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 법안 'HB 2842'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최근 아리조나 내에서 주택 소유주가 모르는 사이에 제3자가 위조된 등기 서류로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명의를 도용하는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마련됐다.
현행법상 소비자 보호 규정은 자동차 구매나 채무 추심 등에 집중되어 있어, 정작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부동산 등기 위조 범죄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스카츠데일에 거주하는 데비 갓리브 씨는 최근 황당한 피해를 입었다.
사기범들이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그가 살지 않는 주택의 서류를 조작한 뒤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를 통해 매각해버린 것이다.
범인들은 이 수법으로 30만 달러를 챙겨 달아났다.
갓리브 씨는 재산세 납부 기록을 확인하던 중에야 자신의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
갓리브 씨는 "카운티 등기소나 타이틀 회사가 사기성 짙은 등기를 걸러줄 것이라 믿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콘트레라스 의원이 내놓은 이번 법안은 '사전 경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에스크로 대리인은 매매나 상속으로 인한 소유권 이전 주문을 접수하는 즉시 아리조나주 부동산국에 상세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통보 시점이다.
기존 시스템은 매매가 완료되어 등기가 넘어간 뒤에야 소유주에게 통보가 가는 방식이라 피해를 되돌리기 어려웠다.
반면 새 법안은 매매 절차가 진행 중일 때 소유주에게 먼저 알림을 보내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핵심으로 한다.
콘트레라스 의원은 "부동산국이 소유주에게 매각 진행 사실을 알리면, 소유주는 자신이 진행하는 정상 거래인지 아니면 사기인지 즉각 확인할 수 있다"며 "본인이 아닐 경우 그 자리에서 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갓리브 씨 역시 "사전 알림만 있었더라도 집이 넘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강력히 지지했다.
갓리브 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캘리포니아에서 범인이 체포된 덕분에 운 좋게 소유권을 되찾았지만, 대다수 피해자는 한 번 넘어간 소유권을 되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택 소유주와 타이틀 회사들이 해당 알림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한편 마리코파 카운티 당국은 법안 통과 이전이라도 피해 예방을 위해 카운티 등기소(Recorder's Office) 웹사이트를 통해 현행 등기 사기 알림 서비스에 가입할 것을 당부했다.
* 관련 사이트: https://legacy.recorder.maricopa.gov/site/pdf/MaricopaTitleAlert.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