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미국 사회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였던 다세대 거주 방식이 최근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 외곽 확장과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하는 문화적 흐름 속에 자취를 감췄던 '대가족' 형태가 경제적 압박과 인구 구조 변화를 타고 화려하게 귀환하는 모양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 내 다세대 가구 비중은 전체의 약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50년간 이 수치는 꾸준히 상승해 2021년 기준 미국 인구의 약 18~20%가 다세대 가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닉스 메트로 지역의 경우 약 8만 5,000가구가 3세대 이상 함께 사는 것으로 조사돼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는 치솟는 주택 가격과 높은 모기지 금리, 그리고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 꼽힌다.
여기에 고령화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의 간병 문제와 학자금 대출 및 생활비 부담으로 독립을 미루는 성인 자녀들이 늘어난 점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많은 가정에 다세대 거주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됐다.
아리조나주와 피닉스 당국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시타(Casita)'로 불리는 부속 주거 단위(ADU)의 확산이다.
2025년부터 시행된 주 법령에 따라 아리조나주 내 도시들은 단독주택 부지 안에 주방과 욕실, 독립된 출입구를 갖춘 별채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피닉스시 역시 조례를 개정해 주거 지역 내 ADU 건축을 허용했다.
부지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작은 부지의 경우 최대 1,000스퀘이피트 규모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정든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독립적인 생활 공간을 확보해 부모님을 모시거나 자녀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부동산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주택 구매자들은 시부모나 장인·장모를 위한 '인로(In-law) 스위트'나 독립적인 출입구가 있는 공간을 필수 조건으로 꼽는 경우가 많아졌다.
건설사들 또한 두 개의 안방(Dual Primary Suites)을 배치하거나 별도의 손님용 공간을 포함한 설계안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ADU는 주거 목적 외에도 재무적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가족이 거주하지 않을 때는 임대 수익을 창출해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고, 재택근무를 위한 독립된 사무 공간으로도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부담이 지속되는 한 아리조나주에서 '한 지붕 여러 세대'의 동거는 현대적인 삶의 한 방식으로 꾸준히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