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조나주 의회가 약사에게 경미한 질환에 대한 검사와 처방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는 이른바 '테스트 앤 트리트(Test and Treat)' 법안(HB 2444)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지역의 진료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오진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약사가 독감, 코로나19, 연쇄상구균 인후염 등 흔한 질병을 직접 검사하고, 양성 반응이 나오면 현장에서 즉시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아리조나주 약사들은 검사는 가능하지만 처방권이 없어 환자들을 다시 병원으로 보내야만 한다.
야바파이 카운티의 한 학교 보건교사는 "아이들이 가벼운 질환으로 진료를 받으려고 해도 소아과나 긴급진료소(Urgent Care)에서 서너 시간씩 대기하는 게 일상"이라며 "약국에서 즉각 처방이 가능해지면 치료 시기를 앞당기고 가족 내 감염 확산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아리조나주 약사협회에 따르면 주내 1만여 명의 약사가 이 제도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
특히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 지역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다이크스트라 약사(프레스캇-치노 밸리 지역)는 "검사에서 처방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며 "병원이 먼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의료 통로가 생기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4년 KFF 자료에 따르면 아리조나주의 1차 의료 수요 충족률은 35%에 불과하다.
가렛 터너 약사협회장은 "인접한 모든 주가 이미 이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대부분의 주민이 약국과는 5~10마일 이내에 거주하는 만큼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사 단체들은 환자의 안전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단일 검사 결과만으로 처방을 내리는 것은 오진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챈들러 지역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앤드루 캐롤 박사는 "약사는 투약 관리 전문가이지 진단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단순한 인후염 증상이라도 환자의 기저질환이나 복합적인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달라져야 하는데, 정해진 매뉴얼(프로토콜)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아리조나주 4개 의료 단체 역시 공동 성명을 통해 "약사의 전문성은 존중하지만, 의사나 간호사(NP), 진료 보조인(PA)이 받는 포괄적인 임상 훈련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전문 분야를 넘어서는 행위는 환자 케어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입법 통과 여부 주목... "안전장치 마련 중"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로페즈 주 하원의원(공화·16선거구)은 의료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단체들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페즈 의원은 "약국에서의 처방은 환자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법안 통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과거에도 유사한 법안들이 의회에 제출됐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어, 이번 2026년 회기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이견을 좁히고 최종 통과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