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조나주에서 공립학교를 떠나 사립학교나 홈스쿨링을 택하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주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 바우처 프로그램인 '엠파워먼트 장학 계정(ESA)'이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공교육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아리조나주 교육 당국에 따르면 ESA 프로그램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마침 '전국 학교 선택 주간'에 맞춰 달성된 기록적인 수치다.
비영리 단체 에드초이스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24 회계연도에만 약 3만 5천 명의 학생이 공립학교에서 사립학교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리조나 전체 유치원부터 고교(K-12) 과정 학생의 약 7%인 8만여 명이 사립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부모들이 공립학교에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 환경과 안전 문제다.
당초 공교육 예산 삭감을 우려해 바우처 제도에 반대했던 학부모들조차 실제 교육 현장에서 겪는 실망감에 마음을 돌리고 있다.
웨스트 밸리에 거주하는 학부모 프리실라 라미레즈는 특수 교육이 필요한 자녀의 서비스 중단과 학교 내 총기 위협 사건, 그리고 학부모와 소통 없는 일방적인 커리큘럼 변경 등을 이유로 결국 사립학교행을 택했다.
투산 지역의 학부모 레베카 어스킨 역시 공립학교의 낮은 학업 성취도와 교내 괴롭힘 방치 문제를 지적하며, 바우처 지원을 받아 자녀를 사립학교로 옮긴 사례다.
어스킨은 사립학교로 옮긴 뒤에야 아이들의 수학 실력이 뒤처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공립학교의 재정난으로 직결되고 있다.
학생 수에 비례해 주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공립학교 입장에서는 학생 이탈이 곧 예산 삭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카츠데일 통합교육구의 경우, 2010년 관내 학생의 71%에 달했던 등록률이 지난해 56%까지 떨어졌다.
스콧 멘젤 교육감은 최근 이사회에서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학교 두 곳의 폐쇄를 승인하며, 무분별한 바우처 확대를 원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요즘 학부모들의 가치관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내셔널 학교 선택 인식 재단의 셸비 도일 부회장은 사립학교들이 공립학교의 경직된 학사 일정에서 벗어나 요즘 학부모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교육적 가치에 부합하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 바우처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케이티 홉스 아리조나 주지사는 바우처 프로그램 운영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언급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반면, 공화당 측은 교육 선택권 강화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당분간 아리조나 교육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